작년에 해외현장에서 근 3년만에 돌아오고 나서 자전거를 10여년만에 다시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본가에 갈 요량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애들이 고등학생이고 중학생이라 주말에도 학원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야하기 때문에 차를 쓰기가 힘들었다. 운동도 할 겸 부모님도 뵐 겸해서 자전거를 인터넷으로 급히 한 대 마련했다.
본가까지 집에서 20km 정도인데 처음 탓을때는 한 3번은 쉬고 2시간 걸려서 간 것 같다. 그 날 변속하는 방법도 몰라서 중간에 쉬어서 유튜브로 보고 익히고 난 후에 너무 급변속을 하는 바람에 체인도 이탈되어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기를 몇 달 하면서 체력이 조금씩 붇고 30km, 40km,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재미를 붙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주말만 탈 수 있는 것이 아쉬워서 퇴근할 때 따릉이를 타고 퇴근을 해 보았는 데 종로부터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자전거 타기가 괜찮았다. 마침 코로나로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이 조금은 마음이 쓰인 와이프가 흔쾌히 허락을 해주어 백만원이 훌쩍 넘는 돈의 내게는 과분한 자전거를 사게 되었다.
그 녀석이 바로 이 턴 버지 p10이란 미니벨로이다.
따릉이를 타고 퇴근하니 다 괜찮았는 데 몇가지 좀 귀찮은 것이 있었다. 점점 따릉이가 인기가 높아져서 퇴근할 때 남는 따릉이를 찾으려 먼 거리를 걷는 경우가 종종 생겼고, 따릉이가 속도가 좀 느린 편이라 집에까지 두고 걷는 시간을 포함하면 한시간 반정도 걸린다는 것이었다.
또한, 내가 땀이 많아 출근할 때는 자전거 타기가 힘들어 전철에 싣고 가야하고 자전거로 퇴근만 하는 상황에는 접이식 자전거여만 했고, 거리가 20 km가 넘어서 퇴근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니벨로여도 빠른 녀석이 필요했다.
이 조건에 딱 맞는 것이 바로 이 녀석이었다. 처음에는 가격때문에 티티카카의 R11을 염두에 두었는 데 시내에 재고가 없었고 비싸서 그렇지 마음에 딱 든 자전거가 바로 p10이어서 눈 딱 감고 샀다.
그리고, 대충 아무런 복장이나 입어도 되는 미니벨로의 감성이 딱 내 취향에 맞었다.
자전거를 산 후에 그저 자전거만 산다고 잘 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서 필요에 따라 이런 저런 장비나 용품들을 사게 되었는 데 그 중 몇가지는 왜 샀는 지 모르는 것들이 있지만, 지금 잘 쓰고 있는 것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번째로 가방이다. 지금은 두 가지 가방을 주로 쓴다. 처음 자전거를 살 때 같이 샀던 것이 턴의 전용 클릭픽스 러기지 블럭하고 전용 고투백 가방이다.
이 러기지 블럭은 클릭픽스 어댑터인데 전용어댑터가 있는 가방이나 캐리어의 장착이 무척 쉽다. 그래서 전용 가방인 고투백을 사서, 주말에 자전거를 탈 때 음료수, 먹을 것, 각종 비상용품등을 넣어서 다닌다. 생각보다 커서 많이 들어가고 가벼운 편이다.
가방 뒷면에는 물통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2개나 있다.
그런데, 이 가방이 하나 단점이 있다. 바로 헬멧이 들어가지 않는 다는 것인데, 그래서 출퇴근할 때는 사용하지 못했다. 출근할 때 헬멧을 전철에서 쓰고 탈 수는 없지 않는가? 일반 배낭을 등에 매고 타다보니 땀도 나고 무거운 느낌에 불편했다. 그래서 턴 러기지 블럭에 달 수 있는 배낭을 찾았는 데 발견한 것이 릭센카울 배낭. 릭센카울이 클릭픽스 어댑터 제조사이다 보니 맞는 배낭도 여기밖에 없다. 근데 품절이어서 중고나라에서 구했다. 구하기 힘들다보니 중고 시세도 새것의 70% 수준. 그리고, 뭐든지 전용이라고 하면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
25L용량이라고 하던데 기존 일반 배낭보다는 약간 작다. 그렇지만, 등에 안 매고 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 지금은 출퇴근시에 유용하게 쓰고 있다.
두번째로 소개할 용품은 블랙박스 겸용 액션캠이다.
내가 산 액션캠은 일명 짭프로라고 불리우는 가성비의 SJCam의 SJ8 pro이다. 아무래도 자전거를 많이 타다 보니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서 블랙박스가 필요했다. 전용 블랙박스는 자전거가 차보다 많이 노면상태를 타다 보니 영상이 흔들렸다. 그래서, 손떨림방지 기능이 있는 것중에 싼 것을 찾아보았는 데 가성비의 SJ8 Pro가 적합했다. 화질도 괜찮고 거치대를 튼튼한 걸로 교체하고 나서는 영상도 흔들림이 적다.
지난 달 자전거 사고 났을 때 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 물품이다.
SJ8 Rro 박스에 기본 제공된 방수 커버는 충전을 할 수 없는 데, 충전 가능한 커버가 알리에 있어서 별도로 샀다. 옆에는 보조 배터리로도 쓸 수 있는 전조등이고 알리에서 15000원정도 줬던 것 같고, 용량은 6000mAh이고 대략 액션캠을 4~5시간정도 녹화 가능하게 해준다.
세번째로는 자물쇠인 사관절락이다.
야외로 라이딩을 가다 보니 처음에는 그저 타기만 했는데 체력도 붇고 멀리 나가니 좋은 곳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곳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그렇다고 앞에 두고 몸만 들어갈 수도 없다. 한국은 치안이 가장 좋은 곳이지만, 예외가 자전거다. 자전거를 타고 좋은 곳을 가도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사관절락은 공원 같은 곳에 가서 한, 두시간 두고 구경해도 마음을 놓게 해줄 수 있다. 완벽한 보안을 해주지는 않지만, 그라인더로 끊어내지 않는다면 풀 수는 없다고 한다. 서울 바깥에 자전거를 의도적으로 훔치려고 오는 사람은 없고, 우발적인 욕심에 훔쳐가려는 사람은 그라인더가 없다. 또한, 예전에는 절도 위험때문에 직장에서 자전거를 접어서 내 자리 옆에 두었는 데 동료들 보는 눈도 있고 해서 요즈음에는 주차장에 사관절락을 걸어 보관한다.
무게가 좀 있지만, 자전거에 직접 거치하기에 크게 부담은 없다.
네번째는 물통과 물통케이지다.
자전거를 오래 타게 되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물이다. 땀을 많이 흘리게 되므로 수분 섭취가 반드시 필요한데, 나는 특히 땀이 많이 흘리므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그런데, 가방에 물을 많이 넣게 되면 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이고, 원래 물통 케이지 거치용 아일렛에 사관절락 거치대를 설치해서 물통 케이지를 설치할 수 없어서 안장에 설치할 수 있고 물병을 두개 거치할 수 있는 시마노 듀얼 마운트를 설치하고, 토픽 모듈러 자바 물통 케이지 2개를 달았다. 토픽 케이지는 물통의 크기, 형태에 따라 조절 가능해서 여러가지 물통을 거치할 수 있다.
물통은 이것저것 쓰고 있지만 최고는 락앤락 보냉물통이다. 물을 넣고 냉동실에 넣어도 워낙 단열 성능이 좋아 물이 얼지 않는다. 그래서, 각얼음을 보냉물병에 넣고 물을 부어주어야 한다. 얼음이 7시간 정도는 유지된다. 찬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최고다. 스테인레스 재질이라 무거운 것이 약간의 흠이지만, 그정도는 나같이 속도를 즐기지 않는 샤방라이더에게는 문제가 아니다.
다섯번째는 이어폰이다.
이 아이템은 가장 최근에 산 것이지만, 정말 잘 샀다고 생각한다. 바로 애프터샥 골전도 이어폰이다. 여기에서 소개한 물품들은 대부분 가성비 물품이지만, 이 이어폰은 내가 생각해도 고가이긴 하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주는 포인트로 구매한 거라 비싸다는 느낌은 좀 덜하다. 어찌하였건 내게 라이딩할 때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 녀석이다.
자전거를 탈 때 무선 이어폰을 끼고 타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주위 상황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스피커를 장착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취향에 맞지 않는 노래를 강요하는 것도 민폐이다.
하지만, 장시간 자전거를 타면 지루함을 잊을 수 있는 음악을 듣고 싶어진다.
이런 여러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골전도 이어폰이다. 귀가 열려 있어 주변상황 파악도 용이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음질이 좋고 착용감도 좋다. 요즈음 내 최고 잇템이다.
금전상황이 허락된다면 사도 후회 안 한다고 할 수 있는 물품 중에 하나다.
여섯번째는 변색선글라스다.
자전거 용품을 살펴보면 골프용품 비슷하게 전문용품이라고 하면서 가격이 많이 높은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변색선글라스를 사기 전에는 3M의 산업용 선글라스를 썼었다. 산업용이지만 모양도 이쁘고 튼튼해서 자전거 타는 데 전혀 손색이 없다. 그렇지만, 야간에 타거나 양평가는 자전거도로에 많이 있는 터널을 통과할 때 선글라스는 시야를 어둡게 해서 위험하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투명 선글라스를 써야 하는 데 햇빛이 내리쬘때는 자외선이야 막기야 하겠지만, 눈이 부셔서 사용하기에 그렇다. 두가지 상황을 동시에 해결하기에는 변색선글라스가 답인데, 생각보다 가격이 좀 셌다.
이럴 때 참 유용한 브랜드가 락브로스다. 특히, 여기 락브로스 변색선글라스는 착한 가격에 색도 상황에 맞추어서 잘 변한다.
일곱번째는 전동에어펌프이다.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하는 것이 생각보다는 번거로운 일이다. 작은 휴대용 펌프를 이용해서 넣으려고 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장펌프는 휴대하기 힘들기때문이다. 그래서, 펌프는 큰 마음 먹고 전동펌프로 장만했다. 역시 가성비의 샤오미 전동펌프. 이것도 사고 나서 정말 잘 쓰고 있는 물품이다. 항상 정확한 양만큼만 주입하기에 좋다.
다른 것들로는 헬멧, 패드팬티, 바람막이, 자전거 반바지, 팔토시등을 잘 쓰고 있다. 웬지 미니벨로에 빕숏과 저지는 안 어울리는 듯 해서 사지 않았다. 너무 붙는 옷모양새도 민망하기도 해서 말이다. 그렇지만, 안장통을 좀 누구러뜨리기 위해 패드팬티를 샀고, 좀 쌀쌀할때 입는 바람막이, 하루 반팔로 나갔다가 타서 피부가 벗겨지는 고통을 겪은 후에 산 팔토시도 잘 쓰고 있다.
헬멧은 이쁜 것도 좋지만, 머리둘레가 60cm나 되어서 처음 자전거를 인터넷으로 샀을 때 받은 헬멧이 머리에 안 맞아서 인터넷 검색하니 대두에 잘 맞는다고 하는 뮤트의 Pro A1 헬멧을 사서 만족하며 쓰고 있다.
자전거는 참 좋은 운동이고 최근에 내가 시작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필요한 장비도 많다.
비싼게 좋아 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만 내 새로 생긴 취미에 나만을 생각해서 돈을 쏟아 부을 수는 없었다. 가족의 생활을 고려해서 적당한 선을 맞추려고 노력하다 보니 이런 것들을 고른 것 같다. 더 비싸고 좋은 것을 사면 좋겠지만, 그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것뿐이다.
동호회 게시판을 보고, 유튜브에 자전거와 자전거 용품들 소개를 보면 내가 엄두 내기 힘든 가격의 물품이 대부분이다. 이 소개글이 여유가 많지 않더라도 자전거를 타고 그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자전거 입문한 지 일년정도 되어가는 사람이 오히려 이런 입문용 장비 소개에 더 적합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작성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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