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제

어설프니 2020. 9. 27. 20:44

며칠 동안은 꽤나 바뻤지만, 연휴를 앞두고 있는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미뤄왔던 책을 읽어보려 했지만, 영어로 되어 있는 지라 지금의 나의 의지력으로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럴 때는 그저 빈둥빈둥하는 것도 괜찮으련만 시간이 아깞다. 그래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 먹는다.

글을 쓰는 것은 내게는 참 힘든 작업중에 하나다. 조금씩 조금씩 잡설을 쓰다보니 점점 덜 힘들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다 쓰고 나면 그저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올 한해도 벌써 4분의 3이 다 갔다. 이제 남은 것은 석달이다.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안한 시기이다. 회사 사정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연말에 마음 불편한 일이 많아질 것 같지만, 지금은 고요하다.

폭풍전야라고 해야하나.....  22년 전에 IMF때 회사가 떠오른다. 회사를 처음 출근 한 날. 회사 인사팀에서는 그 날 아침까지 나와 내 동기가 입사를 하게 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협의했고, 우선 입사시키기로 했다고 했다. 그 해 현대자동차에 입사시험을 통과했던 내 친구들은 1년을 대기해야 했다.

그 해 나도 상여가 300%나 삭감이 되었고, 그래서 다른 친구들보다 받는 돈이 작았다. 작은 일이지만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오자마자 회사의 익명게시판에는 일터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의 처절한 외침이 있었고, 회사 분위기는 흉흉하기만 했다.

그런 분위기를 잊으려고 가졌던 술자리에서는 툭하면 동료들끼리 싸움이 벌여졌고, 선배들중에 누군가는 나와 내 동기가 들어와서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나가게 되었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때는 참 억울하기도 했는 데 세월이 가면서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누군지도 까먹었고 그 때의 불안감도 떨쳐버렸다.

그렇지만, 올 연말 다시 그런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일이 점점 없어지는 상황에서 회사가 직원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뻔히 이와 같은 상황을 알고 그에 대비해야 하지만, 아직은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인지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내가 서서히 데워지고 있는 냄비속의 개구리가 아닌 가 하는 두려움이 있지만,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저 아침에 와서 Economist를 읽고, 단어공부를 하는 습관만이 미래를 위한 내 준비일까?

코비드가 만들어 놓은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내년이면 50이고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0년일 것 같다. 애들이 자립하려면 10년 정도 걸릴 것이고, 그 이후에는 어떻게 살것인가?

결단의 시점이고 행동의 시점이다. 좀 더 마음을 다지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