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은 누군가에게 내가 아는 소소한 지식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하려는 것도 있지만, 글쓰기를 내 습관으로 만드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래서 매일 글을 쓰려고 했고 마침 자전거를 취미로 가지면서 자전거를 통해 겪은 경험을 주제로 많이 삼게 되었다.
그런데, 다시 게으름병이 돌아서 몇 주째 글 쓸 주제만 쌓아두고 미뤄두기만 했다.
묵혀두었던 것 중에 가장 쓰기 쉽다고 생각한 것이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하는 자전거 가방 이야기이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잠시 동네 마실 갔다 오는 것이 아니라 한시간 이상 먼거리를 타게 되면 이것저것 가져가야 할 것이 많아진다. 펑크를 대비해서 타이어 주걱, 튜브, 펌프가 필요하고 물이랑 먹을 것도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담을 가방이 있어야 하는 데, 처음에는 등에 메고 다녔는 데 이게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지난 번 내가 쓰는 용품을 설명할 때도 이야기 했지만, 턴 자전거를 살 때 샀던 클릭픽스 어댑터에 고투백 가방하고, 나중에 중고로 산 전용배낭은 등에 메고 탈 필요가 없어서 너무 좋았다. 단, 한가지 한 서너시간 탈 때 물이랑 음식을 별로 챙길 필요가 없을 때는 이 가방들이 너무 컸다.
그래서, 좀 작은 가방을 찾았는 데 오르트립 얼티메이트란 가방이 적합했는 데 가격이 후덜덜하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찾은 클릭픽스 어댑터를 안 쓰는 가방에 붙여서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먼저 창고에서 안 쓰는 가방중에 적당한 녀석을 찾다 보니 발견한 슬링백. 전에 내가 쓰는 태블릿을 넣을 수 있고 서류가방보다는 작은 가방 중에서 찾은 유로쿨 슬링백이다. 타이베이 여행갔을 때 한 번 썼는 데 슬링백은 어째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년 넘게 처박아 둔 녀석이 오늘 타겟이 되었다.
먼저 클릭픽스 어댑터하고 어댑터만 설치하면 가방이 잘 지탱하지 못하므로 보강판을 준비해야 하는 데, 인터넷에서 보니 합판 클립보드를 쓰던데 우리집에는 없어서 뭘로 할 까 보다가 탁상용 달력 종이판이 눈에 들어왔다.
탁상달력 겉판을 떼어서 클릭픽스 어댑터를 대고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는 내피를 갈라서 구멍낸 보강판을 넣는다.
여기에 보강판을 넣는다. 그리고 미리 뚫어둔 보강판 구멍에 맞추어서 외피에도 송곳으로 구멍을 뚫었다. 송곳 구멍은 작으니 칼로 십자홈을 내고 어댑터 넛트쪽에 넛트를 넣고 내피안에 같이 넣은 후에 볼트쪽 플레이트를 대고 볼트를 하나씩 체결해 나가면 끝이다. 이 때 가방안쪽에 책같은 두껍고 딱딱한 것을 넣고 육각렌치로 돌려야 잘 체결된다. 처음에는 몰라서 한시간 넘게 고생했다. 그리고, 갈라뒀던 홈은 덕트테이프로 마감했다.
완성한 뒷판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완성하고 자전거에 달아보니 그럴싸하다.
슬링백 고리를 떼어낼까 했지만 나중에 자전거 거치하고 가방만 들고 갈일이 있을 것 같아서 그냥 나뒀다.
지난 주에 광릉수목원 갔을 때 어깨에 메고 다니니 안 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어댑터 배송비 포함에서 만오천원으로 그냥 사면 십만원이 넘는 가방을 하나 만들었다. 웬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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