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0년 7월 4일 - 포천 아트밸리, 수원산, 현리계곡

어설프니 2020. 7. 5. 21:58

매일 글 한편씩 써야지하는 결심을 하지만, 2주째 마음만 먹고 있다.

그동안 장흥을 거쳐 말머리고개도 넘어보았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타게 된 후에 가본다는 양평의 동부5고개도 넘었다. 

 

자전거를 타고 새로운 곳에 간 경험은 글로 쓰는 것이 가장 쉬운 데도 지난 2주는 쓰지 못했다. 이 기간동안 간 곳은 여행이 아니라 체력을 단련하는 행위라고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은 게을러진 탓이리라.

 

그래도 고개를 넘는 재미가 있었다. 높은 데를 멈추지 않고 자전거로만 오른 후에 내리막을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은 자전거의 또다른 매력이었다.  그렇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경치가 좋은 곳에 가서 자연이 주는 상쾌함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자전거를 두고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는 한 가지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가 치안과 도둑이 거의 없는 나라이지만, 유독 자전거는 도난이 잦다. 자전거를 두고 좀 멀리 가게 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사관절락이라는 튼튼한 자물쇠를 샀다. 이 자물쇠는 그라인더로 끊지 않으면 도둑 맞을 일은 없다. 설마, 포천 아트밸리와 같은 관광지에 자전거 훔치려고 그라인더를 가져오는 사람은 없으리라. 

단점이 하나 있는 데 좀 무겁다. 대략 2kg 정도 되는 데 가방에 넣기에는 무거워서 자전거 프레임에 마운트를 설치하고 거기에 끼웠다. 

 

길이 초행이라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새벽 5시 좀 넘어서 집을 나섰다. 지난 밤 자기전에 자전거 옷, 토시, 물, 헬멧 등을 미리 준비해서 나오는 데 시간을 많이 줄였다. 

 

간밤에 비가 제법 와서 땅이 많이 젖었다. 비가 내려서인지 바람이 실어다 주는 공기는 상쾌했다. 비가 방금 전에 그쳐서 인지 하늘에는 구름이 많이 덮혀져 있었다. 

 

포천 아트밸리를 가는 길은 지난 번 수목원 갈 때 가보았던 고모리 저수지까지는 같다. 길을 잘 아니 한번 빼고는 길 찾으며 시간을 쓰지 않아 제법 빠른 시간에 고모리 저수지에 도달했다. 막 동이 터오르는 시간에 비로 깨끗해진 땅과 공기덕분에 지난 번보다 훨씬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고모리 저수지

다시 한 번 저수지 주변을 돌아보고 싶지만 오늘은 더 멀리 가야 하기에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고모리 저수지에서 포천 시내로 공도를 한 10여분 달린 후에 포천천 자전거길이 나왔다. 이 날은 정말 날씨가 예술이었다. 평소보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좋았고, 덕분에 사진도 잘 나왔다.

 

포천천 자전거길
포천천

 

포천천 자전거길

포천천 자전거길을 끝까지 달리면 43번 국도를 만난다. 잠시 타다 우회전해서 올라가니 드디어 목적지인 포천 아트밸리가 보인다. 

 

포천아트밸리 건물

 

포천아트밸리 입구 공원

 

포천아트밸리 입구

 

포천아트밸리 전경

9시부터 들어갈 수 있기에 자전거를 매표소 옆에 새로 산 사관절락을 이용해서 묶어두었다. 오기전에 자전거 묶어 놓을 때가 있는 지 자전거 카페에 문의했는 데 답이 없었다. 아마도 그렇게 해본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인 듯 하다. 왜냐하면, 이 날 자전거를 타고 이곳에 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자전거 거치대는 바로 매표서 옆에 잘 안 보이는 곳에 있었다. 사람들 시선에서 잘 안 보이는 곳이기에 마음이 놓였다.

 

매표소 옆 자전거 거치대

걸어올라갈까 했지만, 체력도 아낄겸 땀도 빼고 싶지 않아 편도로 모노레일까지 입장권을 끊었다. 좀 기다리니 입장을 시작해서 첫 차로 올라갔다. 모노레일을 타고 보는 경치도 꽤 괜찮다.

 

모노레일 입구
모노레일 내부
모노레일 철로

 

모노레일에서 찍은 풍경

 

모노레일에서 찍은 풍경

 

모노레일 외관

 

모노레일 출구

이 날은 날씨가 청명하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실감이 났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분명하게 보이는 맑은 날에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다. 

 

차근차근 이곳 저곳을 눈에 담고 사진에 담았다. 

천문대 앞 정원

천문대 앞의 풀밭에 있는 파라솔이 있는 데크와 벤치다. 취사는 안 되겠지만, 도시락을 싸와서 이 곳에 경치보며 먹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절벽을 배경으로 셀카도 한 방.

제일 잘 나온 셀카

포천 아트밸리를 오면 꼭 봐야 하는 천주호로 갔다. 

 

천추호 전망데크 가는 길
전망데크에서 본 천주호
천주호

 

천주호

전망데크에서 오른편 돌산 전망대를 넘어가면 천주호 안쪾 무대까지 갈 수 있다.

전망대 오르는 계단
전망대에서 본 농촌 마을
전망대에서 본 풍경
전망대에서 본 천주호 안쪽 수상 무대
전망대에서 천주호 수상무대로 향하는 원형계단

전망대에서 천주호 수상무대쪽으로 가려하면 원형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10년 전쯤 애들하고 왔을 때는 애들이 어려서 이 계단을 내려갈때 한참 고생을 한 기억이 있다. 이날은 사뿐한 걸음으로 내려갔다.

 

천주호 수상무대에 가서 보니 좀 전에 보았던 전망데크에서 본 모습과는 또 다른 장관이었다.

 

수상무대에서 본 천주호
수상무대에서 본 천주호

 

수상무대에서 본 천주호

날이 점점 더워지기에 아쉽지만 다시 길을 나서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에 조각공원을 거쳐서 입구까지 걸어내려왔다. 표를 살 때 포천시민사랑상품권 1000원을 받았는 데 아직 매점이 열지 않아 다음을 기약하고 지나쳤다.

 

아트밸리 조각공원
내려가는 길

이날 자전거 여행의 목적은 아트밸리를 와서 보는 것이기도 했지만, 수원산을 넘는 것도 있었다. 지난 주에 동부 5고개를 넘었기에 해발고도가 높았지만 할 수 있으리라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북쪽으로 갈수록 산은 높다. 

 

수원산 가는 길은 생각보다 차가 많아서 신경을 많이 써야했다. 또 생각보다 길었다. 넘기전에 에너지를 보충해줘야 하는 데 마땅한 편의점을 찾지 못해 물만 버럭버럭 들이키며 올랐는데 물로는 부족한 모양이었다. 

 

정상을 남기고 한 3,400m 전에 포기하고 내려서 자전거를 끌었다. 자전거 타기 시작한 후 기어 변속을 잘 할 줄 몰라서 미음나루 고개에서 처음 자전거를 끈 후 여섯달만에 끌바였다. 끄는 것도 많이 힘들었다. 오히려 쉬면서 조금씩 타는 게 더 쉬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힘들어도 자주 쉬면서 올라야지 끌지는 말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어찌하였건 힘들게 수원산 전망대까지 도착했다. 어찌나 힘들었으면 정상에 오르면 기념으로 정상을 알만한 표식을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전망대에서 목 한번 축이고 양갱 하나 까먹은 후에 전망대에서 포천 시내를 한 번 보았다.

 

수원산 전망대에서 본 풍경

그다지 좋은 풍경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내려가는 길 표면이 거칠어서 속도를 많이 줄여서 조심조심 내려왔다. 내리막의 시원함을 느끼기 힘든 길이었다. 그렇지만, 좀 내려가면 간이매점이 있는데 사전 검색으로 알아보니 잔치국수가 맛있다고 한 집이었다. 배도 고파서 국수 한그릇을 시켜놓고 길 아래를 보는 데 이 곳 전망이 수원산 전망대보다 훨씬 좋다.

 

국수집에서 본 구불구불한 길

국수가 나왔다. 차거운 생수도 한 병 같이 주는데 다 합쳐서 5천원이다. 생수까지 생각하면 꽤 괜찮은 가격이다. 

잔치국수 점심

열무김치도 맛있고 국물도 맛있고 찾아올만한 맛집은 아니지만 지나는 길에 들려서 허기를 달래기에는 충분하다. 

 

배도 채웠으니 청평까지 대부분인 내리막길을 달렸다. 천을 따라 구비구비 내려가는 길은 날이 뜨거워지더라도 차가운 강바람과 함께 라이딩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수원산만 잘 넘을 수 있다면 자전거를 즐기기에 좋은 길이다. 

 

초행이라 교차로마다 지도를 보며 가다 서다 해서 3시간이나 걸렸다. 신나게 달리고 길을 찯느라 정신을 쏟고 보니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풍경이 많았지만, 몇 컷 못 찍었다.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들어가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발을 재촉했다.

북한강 자전거길을 만나 잠시 자전거길을 달린 후에 도착한 청평역. 드디어 이날의 여정이 끝났다. 원래는 강변 카페에서 팥빙수 하나 먹고 가려했지만, 카페를 보지 못해 역사내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과 이온수 한 병 사서 역 밖 그늘에서 한숨에 들이킨 후 들어갔다. 

 

수고한 자전거

이 날 새벽에 나오다 보니 젖은 길을 달려서 자전거가 온통 흙투성이다. 집에 돌아온 후에 닦는 데 고생 좀 했다.

 

고생한 자전거

돌아오는 길에 비싼 자전거와 자전거 복장, 악세사리로 덮은 젊은 세명의 남녀가 전철내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아 마음이 언짢아진 것과 수원산을 자전거로만 온전히 넘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이 날의 여행은 자전거를 점점 더 좋아하게 만드는 하나의 계기가 된 것 같다. 

 

다음 번에는 산정호수를 거쳐서 청평으로 넘어가 볼 생각이다.

이번에 간 길은 다음 주내로 글로 남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