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오늘은 11월 4일이다. 가능한 매일 글을 쓰려고 했는데 마음만인지 일주일에 하나 쓰기도 벅차다.
춘천에서 배후령을 넘어 화천산소길을 간 날은 10월 23일이니 열흘을 지나서 쓰게 되었다. 10월 9일에도 화천을 갔는 데 그 날은 철원에서 수피령을 넘어서 화천에 갔다. 그 날의 기록도 아직 남기지 못했다. 이 글을 쓰고 내일이나 모레쯤 그 날의 라이딩도 블로그에 올려야겠다.
10월 9일 수피령을 넘고 화천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넘었다. 서울에 돌아갈 시간을 생각하니 화천 자전거길을 다녀올 수가 없어서 막국수 한 그릇 먹고 시외버스를 타고 춘천역에 가서 처음으로 ITX를 타고 서울로 복귀했었다. 이 날 처음 ITX를 탔는 데 춘천에서 청량리까지 한시간 밖에 걸리지 않고 자전거도 싣기 쉽고 편히 앉아 왔다.
이 날 좋았던 경험때문에 10월 23일에도 ITX를 타고 춘천에 도착해서 화천으로 출발했다. 북한강을 따라 화천으로 갈 수도 있지만, 길이 위험해 보여서 돌아가더라도 배후령을 넘어 파로호를 거쳐 화천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탁월한 선택이었다.
춘천역을 나오니 평일인 금요일이었는데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혼자 온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고 다들 삼삼오오 무리지어 타는 팩라이더들로 보였다. 배후령 초입에 가니 많던 라이더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들 춘천에서 서울로 방향을 잡아 가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춘천역을 나와서 소양강대교를 건너면서 문득 오른쪽을 바라보았는데 아침에 햇살에 비치는 소양강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맑은 강은 마음을 상쾌하게 했다. 그 느낌을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었지만, 그 느낌을 담지는 못한다.
소양강대교를 건너 소양강을 따라 난 자전거길로 달린다. 자전거길이 끝날때까지 달리면 배후령을 넘는 길과 만난다. 배후령은 2주전에 넘었던 수피령보다는 쉬었다. 우선 높이도 좀 낮은데다 아주 급경사는 없고 중간중간에 평지같은 구간도 있어 조금은 여유있게 넘을 수 있었다.
배후령 넘는 길은 배후령터널을 뚫어 새로운 도로가 나서인지 넘는 동안 지나가는 차가 거의 없었다. 혼자 고즈넉하게 그동안의 직장에서 집에서 생활하며 생긴 상념을 잊으면서 달릴 수 있었다.
중간 중간에 멀리 파로호도 보인다. 또한 구부러진 길 중턱에 솓은 큰 절벽위 나무들이 단풍 든 모습은 한 폭의 그림같다.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걸렸지만, 수월하게 배후령 정상에 올랐다. 배후령 정상을 조금 지나면 주차장이 있고 쉴만한 장소가 있다.
배후령 정상이 바로 38선이 지나는 지점인 모양이다.
배후령 정상에서 내리막길은 포장상태도 좋아 상쾌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2차선 국도를 만나지만 갓길이 넓어 그다지 위험하지 않게 파로호 가는 길까지 갈 수 있었다.
가는 길에 보이는 파로호 경치도 꽤나 마음에 들었다.
지방도를 타고 가다가 보니 파로호전망대가 나온다. 파로호 전망대까지는 도로에서 150m 떨어져 있는 데 벽돌길이고 경사가 심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평일이어서인지 내려올때까지 아무도 없다.
파로호 전망대에서 좀 더 강을 따라 가면 드디어 화천 산소길이다.
평일에 아무도 없는 고즈넉한 산소길을 달리는 기분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만큼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맞은편에는 화천 발전소도 보인다.
핸드폰에 있는 인물 사진 기능의 아웃포커스를 살려서 사진을 하나 찍어보았다. 생각보다는 괜찮은 듯 하다.
산소길 북측변을 따라 딴산유원지까지 가니 코로나로 천변에 접근하는 것은 막아 놓았다.
딴산 유원지에서 맞은 편에 보이는 펜션은 약간은 유럽의 시골마을 같은 느낌도 준다.
원래는 화천산소길 40km를 일주할 생각이었지만, 평일이어서 서울에 늦게 도착하면 퇴근길과 겹치면 복잡할 것 같아 남쪽은 돌아보지 못하고 읍내 터미널로 갔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점심을 먹으려 시장 안 쪽에 있는 굴짬뽕 잘하는 집에 가니 벌써 재료가 떨어져서 장사를 마쳤다고 한다.
이래저래 밥먹을 시간을 놓쳐서 터미널 앞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버스타고 춘천역으로 다시 돌아와서 ITX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접이식 자전거로 기차를 타는 것이 아주 쉽다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는 기차를 이용해서 좀 더 다양한 곳을 가 볼 생각이다. 아마 올해는 힘들 것 같고 내년 날이 따뜻해지면 강릉이나 청주등으로 가서 다른 곳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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