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호텔에서 자가격리팁

어설프니 2021. 3. 24. 23:08

코로나 시대에 회사일로 말레이지아 출장을 갔다 오게 되었다. 현장에서 일한 시간은 3주인데 일한만큼 말레이지아에서 1주일, 돌아와서 2주일을 호텔에서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말레이지아 호텔에서 자가격리는 날짜로만 일주일이고 정확하게는 6일동안 했다. 원래는 10일이었으나, PCR 음성확인서를 가져가면 3일을 감면해주기 때문에 3일을 줄일 수 있었다. 말레이지아 음식은 전에도 먹어본 적이 있고 대표적인 음식인 미고렝과 나시고렝은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도 잘 맞기 때문에 크게 무리는 없었지만, 이 호텔의 말레이지아 음식은 전에 먹었던 것과는 향이 달랐고 내 입맛에 맞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사전에 라면, 컵밥, 김치등을 챙겨갔고, 기간이 6일이라 크게 무리는 없었다. 

정말로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돌아와서 한국에서 격리생활이었다. 

 

우선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있어서 집에서 격리를 할 수가 없었고, 비용처리 문제로 지역보건소에서 연계해준 자가격리 전용 호텔인 스카이파크 호텔에서 2주일을 보냈다. 전에도 느끼는 것이지만, 해외로 출장을 갈 때 회사에서 제공하는 출장비는 정해져있으므로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로 갈 때는 호텔방이 작고 동남아로 갈 때는 항상 방이 넓어서 내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치안만 크게 문제가 없다면 동남아나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로 출장을 가는 것이 좀 더 비용적으로 여유로와 좋다.

 

한국도 소득수준이 이제는 높은 나라인지라 호텔방은 말레이지아 호텔의 반도 안되는 것 같았다. 침대에 좁은 책상이 있는 방은 돌아다닐 공간이 거의 없다. 양계장의 좁은 계사에 갖혀있는 닭이 떠올랐다. 

 

이런 곳에서 2주를 견디게 해준 고마운 물품들이 있어서 소개를 한다.

 

첫번째이고, 이 것 없었으면 어떻게 견뎠을 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물품이다.

바로 침대에 설치할 수 있는 태블릿 거치대이다. 격리에 들어가기 전에는 시간이 많으니 글을 쓰거나 책을 많이 읽을 거라 생각했는 데 방이 좁으니 의지가 필요한 이런 작업들은 할 생각도 못했다. 그래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느니 머리를 비우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일이었는데, 책생에 앉아서 보는 것은 힘들었다. 

 

이런식으로 설치하면 누워서 태블릿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 리뷰에서 퍼옴)

바로 누워서 휴대폰보다는 훨씬 큰 화면으로 손을 이용하지 않고 편안히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두번째는 주방세제이다. 

격리중에 호텔방으로 도시락이 배달되는 데 한식은 특히 국물이나 소스가 많이 남는다. 방도 좁기에 냄새가 배기 쉬운환경이다. 쓰레기도 3일에 한 번만 배출할 수 있기에 비록 플라스틱이라도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야 하는 데 물로만 씻으면 냄새가 난다. 주방세제를 가져갔기에 플라스틱 식기도 설겆이를 한 후에 쌓아놓았더니 방에서 냄새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그나마 설겆이라도 하니 움직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세번째로는 세탁비누다. 

다들 생각하겠지만, 입을 속옷이 2주치가 되지 못해서 빨아 입어야 하는 데 호텔 세탁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니 세탁비누를 가져가서 속옷을 손빨래해서 입는 다면 좀 더 상큼하게 지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라면포트다. 

2주동안 도시락을 먹다보면 며칠 지나서 질리게 된다. 매일 제육볶음, 불고기, 닭갈비 등의 도시락에 넣을 수 있는 메인요리는 한정적이니 금방 식상하게 된다. 한국이다 보니 택배도 되고 배달도 되는 데 배달음식은 1인분을 하기 힘들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라면, 떡볶이, 컵밥등을 시켜서 가끔씩 먹었다. 컵라면을 먹어도 되지만 그래도 끓여 먹는 라면이 더 맛있고, 요새는 물만 넣고 끓여먹는 반조리 음식이 많아서 라면포트만 있으면 여러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특히 풀무원의 빨간오뎅볶이와 오뎅탕이 좋았다. 라면도 꽤 끓여먹었다. 나는 이번 격리를 위해서 일반 열선식 라면포트가 아니라 좀 돈이 들더라도 안전한 인덕션 라면포트를 준비했는데 만족스럽게 사용했다.

 

올 해가 지나면 이런 격리도 한동안은 추억이 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 격리를 하게 될 때 내 경험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