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다보면 아파트 현관 게시판에 구청에서 가볼만한 공원에 대한 안내문을 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해서 처음 알게 된 곳이 불암산 힐링타운이었다. 불암산 힐링타운은 가보니 우리 집 근처에 이렇게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니 놀라왔다. (그런데 가고나서 글을 남기지는 못했다.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가보고 소개글을 남기리라)
좋은 경험이었기때문에 퇴근할 때마다 현관 게시판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다가 영축산 순환산책로를 소개하는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그렇지만, 영축산이 어디에 있는 지 잘 모르기때문에 나중에 위치를 알게 되면 한 번 가봐야지 하는 마음을 가졌을 뿐 잊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우연히 회사가 위치한 안국동에서 집까지 걸어오게 되었는 데 북서울 꿈의 숲에서 월계동으로 넘어올 때 영축산 순환산책로를 보게 되었다.
드디어 위치를 파악한 후 10월 4일에 좀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기에는 늦어서 가까운 이곳으로 향했다.
집에서는 새로 생긴 한내교(인도교)를 통해 중랑천을 건너가면 인덕대학교를 거쳐서 북서울 꿈의 숲 방향으로 걸어가다 우이천 못미쳐서 광명교회가 보이면 교회 옆에서 들어가는 입구를 찾을 수 있다.
가는 길에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한내교에서 바라보는 도봉산은 먼지가 없고 맑은 날이어서 그런 지 산의 윤곽이 아주 또렸했다.
인도교를 건너 월계역 1번 출구로 내려간 후에 인덕대학교쪽으로는 단독주택들이 모여있다. 그 중에서도 모든 집들이 붙어 있는 특이한 골목이 있다. 지난 번 처음보았을 때는 골목에 차가 없어서 1970년대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차가 주차해 있으니 그때의 감흥보다는 덜하다.
인덕대학교를 거쳐 월계로를 따라 걷다보면 광명교회가 보이는 데 이 건물 옆쪽에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지난 번에는 영축산 순환산책로라고 쓰인 큰 문자로만 된 표지판을 보았는 데 이 날은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 그렇지만, 조금 있다 그 이유를 알았다. 표지판은 길 건너편에서만 볼 수 있다.
영축산 순환산책로는 정상까지 나무데크로 이루어진 길로 갈 수 있다. 즉, 흙을 밟을 필요가 없다.
계단도 없어서 걷기에 아주 쉬운 길이었다.
중간 중간에 앉아 쉴 곳도 있고, 화장실도 있다. 책을 읽기에도 좋은 곳인것 같다.
정상에 올라갈 때까지 차도가 멀지 않아 차소리도 약간 들리는 것 같지만, 좀 들어가면 나무밖에 보이지 않으므로 잠시 도시의 삶을 잊을 수 있는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정상 높이가 100m도 되지 않아 정상에 올라서도 전망은 그렇게 크게 감흥은 없다.
길이 계단도 없고 흙길이 아니라 미끄러질 염려도 없어서인지 아픈 사람들도 산책을 하러 많이 오는 것 같았다. 노인분들도 많았다.
불암산 힐링타운 정도는 아니었어도 잠시 짬이 났을 때 호젓하게 산책을 하기에는 충분히 좋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