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면서

2021년 10월 19일 - 통일

어설프니 2021. 10. 19. 22:30

문득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오늘 Economist를 읽다보니 대만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중국 시진핑이 하나의 중국으로 통일하겠다고 밝힌 사건에 대해서 대만인들의 인식의 변화를 다룬 기사였다. 대만인들은 10여년전만 해도 대부분 자신들이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반대로 자신들을 대만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기사였다. 

 

기사를 읽고 생각을 해보았다. 왜 저와같은 인식의 변화가 생겼을까? 같은 언어를 쓰고 혈통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을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통일을 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인간사의 대부분의 행동 기제는 이념이나 사상, 도덕관 등에 좌우되는 것처럼 보일때가 많지만, 그도 한거풀 안 쪽으로 파고 들어가보면 결국은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이익의 유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일도 마치 거창한 것으로 포장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내게 혹은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지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대만은 과거에는 중국과의 문호 개방과 교류를 통해 많은 경제적 기회를 가진 시기에는 중국과의 통일에 호의적이었지만, 지금의 중국과의 통일에는 자신들이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홍콩의 사례로서 자각하게 된 것이 이와같은 인식의 변화를 이끌지 않았을까?

 

그러면,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오히려 중국과는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예전에는 오히려 북한과의 통일을 하게 될 경우 들어가는 통일비용에 대한 부담과 북한과의 통일없이도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상황에서는 굳이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적어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IMF이후 국가전략의 성공으로 이제 일본을 따라잡고 이제는 선진국의 위치에 거의 도달했지만, 커다란 내외부 문제가 다가온 상태다. 

 

내부적인 요인으로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이다. 출산율의 감소를 그동안 생산성의 효율화를 통해 커버해왔지만, 그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고, 글로벌화에서 지역중심의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경향에서 내수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것은 이제 필수 불가결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보다 더 빨리 떨어진 출산율을 올려서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본다. 급격한 성장을 이루면서 한국인들은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일해왔다. 이런 세계최고의 경쟁을 경험한 부모로서 겨우 이뤄놓은 토대에서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태에서 이런 경쟁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출산율 저하를 만들지 않았을까? 앞으로는 이제 세계와 경쟁이 아니라 컴퓨터, 즉 인공지능과도 경쟁해야 하는 세상에서 이런 환경에 나 혼자도 적응하기 힘든데 자녀 양육까지 너무 힘든일이다. 또한, 전지구적인 한정적인 자원을 생각할 때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는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어찌하였건 내부적인 역량으로 출산율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고, 이는 내수시장의 축소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가능성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두번째는 바로 기후변화 대응 문제이다. 현 시대의 화두는 지구온난화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일 것이다. 우리도 이를 위해 2040년까지 탄소배출을 급격히 감축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있지만, 태양광, 풍력을 위시한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을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고 그중에도 산지가 70%가 되는 나라이다. 그래서, 지금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신재생에너지가 옳다, 아니다 원자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약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둘 다 우리나라의 국토를 보면 별로 답이 안 나오는 문제다. 아직 신재생 에너지를 설치한 여유는 있지만, 신재생만으로 전체 에너지 수요를 다 충당할 수 있다? 이건 답이 아니다. 그렇다고 원자력은 답인가? 요새 방송에 태양광이나 풍력을 설치하는 것이 지역민의 반대로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이미 설치된 곳에서도 많은 갈등이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그래서, 원자력 찬성론자들은 원자력이 대안이라고 한다. 태양광과 풍력도 저리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힘든데 과연 원자력은 어디에 설치할 수 있을까? 그나마, 기존의 원자력을 유지하는 것도 감지덕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선 알 수 있는 것이 핵융합과 같이 획기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증설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우리나라는 좁아서 이것만으로는 불가하다. 전기는 생산이 이루어는 즉시 소비가 이루어져야 하는 특성상 이와 같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체 송배전망의 용량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고, 북한의 지정학적 특성상 북한너머의 러시아나 중국으로의 전력망 연결이나 가스관 연결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원자력도 북한과 통일이나 거기에 준하는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을 때 북한에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만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통일로 이루어질 이익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은 변화가 미래에 어떤 일을 일으킬 것인지 흥미롭다. 

 

오늘은 짧은 소견으로 미래를 한 번 그려보았다. 내 허접한 전망에 많은 반론이 있겠지만, 너무 욕하지는 말고 그저 이렇게 전망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읽어주길 바란다.